지난 설날은 이전의 명절과는 다른 새로운 의미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민족 대이동의 혼잡에 내가 구태여 일조(一助)할 이유가 없다는 핑계로 명절 차례에 참석하지 않은 지는 이미 몇 년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추석이나 설날을 전후하여 형제들과 안부전화는 주고 받아왔었지만 이번 설에는 그러한 것조차 사라져 버리고 만 것입니다. 수년 전 심신의 근본적 변화를 겪고 난 뒤, 제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대인관계의 변화를 시도한 적은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족 혹은 형제의 특별함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고 친구와 친지의 중요성이 느껴지지 않게 되면서 그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가족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