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BOOK 176

도인(道人) 1 - 18. 출가

제 4부 탈적 18. 출가 수행을 마친 사이훙에게 스스로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보통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수도 생활에 입문한다. 그러나 사이훙은 다른 졸업생들과는 입장이 달랐다. 그는 특별한 신분이었고 가끔 속세를 여행하도록 허락도 받았다. 할아버지 관 주인은 사이훙을 특별히 화산에서 교육시켰지만 수련을 마친 뒤에는 속세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사부 역시 까다로운 소년을 잘 길러 관씨 가문의 기준대로 교육시키는 데 관심이 있었지 출가를 시키려던 건 아니었다. 이제 수련 과정은 끝났고 사이훙의 결정만 남아 있었다. 사회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고행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중국에서는 열 여섯이면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성인이다. 할아버지와 사부는 그가 신뢰하는..

도인(道人) 1 - 17. 수련

17. 수련 「명상은 명상 하나만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다른 훈련들이 보완작용을 해줘야만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지.」 사부님의 가르침은 은은하게 이어졌다. 「명상에 필요한 힘과 생기는 무예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진정한 명상에 몰입하려면 그 정신이 음악, 서예, 회화, 철학 등으로 닦여져 있어야 한다. 음악은 영혼과 성스러움을 이어 주는 구실을 한다. 사람의 육신은 속이 빈 갈대와 같은데 음악은 그 빈곳을 신의 노래로 가득 채워 준단다. 음악은 너를 편안케 하고 곤두선 신경을 진정시키며 다른 세계의 존재를 체험케 할 것이다. 아무리 시끄럽고 어지러운 가운데서도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지. 어느 누구도 음악 없이는 살 수가 없단다. 음악을 연주하는 법을 배우거..

도인(道人) 1 - 16. 사부와의 대결

16. 사부와의 대결 사이훙은 열다섯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상당한 경지의 무술을 지니게 되었다. 도장을 떠나 속세에 내려와서는 지방 무술대회에 나가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각 지방을 유람하는 사이훙의 모습은 멋지고 낭만적이었다. 영민하고 준수한 외모와 늘씬한 체격, 잘 발달된 근육으로 인해 사이훙은 나이보다 성숙한 장부로 보였다. 또한 매끈한 피부와 화산에 들어가면서부터 기른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은 사이훙을 한층 돋보여 주었다. 사이훙은 자신감이 넘치는 젊은이였으며, 다소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무술을 시험하고 싶어했다. 한 번은 당랑권(螳螂拳)의 두 제자에게 도전해 그들을 꺾기도 했다. 두터운 옷 아래 숨겨 깐 철판 덕분이었지만 사이훙은 자신의 내공으로 그들을 꺾었다고 큰소리쳤다. 다른 지..

도인(道人) 1 - 15. 양 청푸와 태극권

15. 양 청푸와 태극권 사이훙은 계속해서 사부와 할아버지의 소개로 무림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권법의 고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당시 무림의 대표적인 고수들로는 형의권(形意拳)의 쑨 루탕(孫陸塘)과 바오 텐이(包天義), 팔괘장(八卦掌)의 푸 정쑹(輔正松), 장 자오동(張照童), 그리고 태극권의 양 청푸(楊澄甫) 등이 있었다. 사부는 사이훙에게 무림을 두루 다니며 내공의 기초를 닦으라고 일렀다. 기술과 기교로 싸우는 외공에 비해 내공무술은 기공과 명상을 응용해 내적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데 더 주안점을 둔 무술이다. 형의나 팔괘, 태극은 그 내공이 각기 독특해 나름대로 한 유파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태극권은 최상승의 내공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당대 태극권의 최고수인 양 청푸는 베이징에..

도인(道人) 1 - 14. 우당산(武當山)

제 3부 전쟁, 방랑, 명상 14. 우당산(武當山) 십대 초반에 이른 사이훙은 무술가들로부터 무학 수업을 받기 위해 각지를 두루 여행했다. 「그 사람들은 뭔가 독특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무술의 고수들이야. 그러나 그들은 후계자도 없이 죽어 가고 있어. 이제 네가 그들에게 가서 무술을 익히는 게 좋겠다. 권법을 익히는 것은 너의 정신력이나 실전 기법을 모두 향상시켜 줄게다.」 사부님의 말씀에 따라 사이훙은 무학을 배우기로 하였다. 사부님과 사이훙의 할아버지는 무림의 고수이자 높이 존경받는 분들이었다. 덕택에 사이훙은 무림의 유수한 고수들로부터 무학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무술 공부는 사이훙이 가장 강렬하게 흥미를 느꼈던 분야인데, 나중엔 도교 공부보다도 더 중요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그 때문에 사이훙은 ..

도인(道人) 1 - 13. 108나한, 약초, 그리고 기공

13. 108나한, 약초, 그리고 기공 도사들은 정신적인 것은 육체적인 것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육체적 훈련이 내공을 연마하는 전주곡이 된다고 믿었다. 몸과 마음이 하나다. 정신은 두뇌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정신의 중심점들에 있는 것이다. 육체는 수련자가 초월하기 위한 기초이며, 건강한 정신을 담는 그릇이다. 사부님은 이러한 개념을 사이훙에게 철저히 알려주었다. 「너 자신은 언제나 지금 보이는 대로의 너였던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언제나 지금의 너로만 남아 있지도 않을 것이다. 너는 전생에 저지른 잘못들로 인한 징벌과, 금생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 모든 세속적 야망들에 얽매인 집착과 욕망을 버려라. 그리고 지식을 향한 갈증을 식히도록 하거라. 어..

도인(道人) 1 - 12. 열두 살의 전환기

12. 열두 살의 전환기 사이훙의 열두 번째 생일 날, 사부님은 그를 거실로 부르셨다. 화산에서 보낸 3년 동안 그는 많이 변했다. 그의 고집스러운 성격과 수다스러움이 조금 사라졌으며, 사부님의 지혜에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시자들은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격려해 주었으며 사부님이 베푸시는 모든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사이훙은 기대감에 부풀어 사부님을 뵈러 갔고 사부님은 편안하게 말씀하셨다. 이제는 사이훙이 자신의 훈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인생은 12지에 따라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란다. 사람들은 인간이 교육이나 사회에 의해서 형성된다고 믿지. 그러나 사실상 인간을 만드는 것은 계절과 별자리와 운명이란다. 인생은 하늘에 의해 이미 내정되어 있는 것이다. 너의 운명은 이 ..

도인(道人) 1 - 11. 화산의 사부님들

11. 화산의 사부님들 사부님과의 관계는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처럼 가까웠지만, 사이훙에게 사부님은 여전히 권위와 지혜를 갖춘 외경스러운 인물이었다. 그는 친절하고 인내심이 있었으나, 때로는 매우 엄격했다. 중국의 여느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사부님은 제자의 잠재력을 계발시켜 주는 일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며, 단계에 맞게 사이훙을 키웠다. 사부님의 권위에 대한 질문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이훙은 사부님의 배경에 대해서는 질문할 수 없었다. 도교에서는 사부님에 대한 개인적인 행동이나 인생사를 묻거나 캐내어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제자들이 사부님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그에 관한 이야기들을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부님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을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 보거나 사..

도인(道人) 1 - 10. 장생불사의 신선들

10. 장생불사의 신선들 자연으로부터도 끊임없이 가르침을 받았으나, 사이훙은 그가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도술을 몸으로 그래도 구현시키는 화산의 도사들에게 완전히 매료되었고 깊은 영감을 받았다. 도교의 모습은 도를 따르는 사람과 그의 개성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도사들은 중국과 도교의 은자적인 전통을 잘 보여준다. 도술을 완성시키고 높은 차원의 지식을 얻기 위하여 세속의 환상과 위험에서 스스로를 이탈시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부도 명예도 권력도 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이 세상은 거미줄처럼 연약하고 허망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도교의 수련자들 중에는 먼 옛날부터 살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름도 없이 안개 낀 골짜기에 숨어 살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사회적..

도인(道人) 1 - 9. 순환의 지혜로움

9. 순환의 지혜로움 사이훙이 시자들과 생명의 순환, 즉 윤회에 관하여 토론할 즈음 그의 나이는 열 한 살이었다. 때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무더운 한여름이었고 공기는 서봉의 꼭대기조차 후덥지근했다. 사이훙은 오르락내리락하며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화산의 푸른 산등성이를 바라보았다. 또한 빛나는 하늘 아래 드러난 화산의 산등성이를 따라 눈을 옮기며 깊은 골짜기를 둘러보았다. 린 쭝우는 지금까지 사이훙에게 대화로 자연스럽게 가르쳐 주었던 것들을 정리하기 전에 사이훙이 화산의 장관을 음미하며 즐길 여유를 주었다. 「모든 것은 순환한단다. 세계는 계절을 좇고, 사계절은 차례로 이어진다. 동물들은 사계절과 조화를 이루며 살지. 동물들은 봄철에 교미를 하고, 여름에는 새끼를 낳고, 가을에는 어린 것들을 키우며 겨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