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섯 살 무렵의 가을, 큰어머니의 장지에 다녀오신 아버지는 갑자기 자리에 누워 버렸다. 온몸이 펄펄 끓은 지 며칠. 몸을 데우던 열이 조금 가라앉자 아버지는 병원으로 가서는 그 길로 입원을 했다. 사람들은 초상집을 잘못 갔다드니 액이 붙었다느니 말이 많았는데 한 달 후에야 아버지는 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겨울 방학 한 달을 꼬박 병원에 있는 동안 집 안 곳곳에는 냉기가 서렸다. 아버지의 병수발을 하느라 병원에서 살다시피하는 어머니 대신 오빠는 아궁이가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장작을 피워 댔지만 한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정작 제 몸과 마음을 덮히는 것은 아궁이 밖으로 불꽃이 넘실대도록 불을 지피는 게 아니라 마음에 의지할 무엇을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