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살고 있는 진호는 막 스무살이 된 어엿한 청년이었다.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재수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큰 키에 번듯한 용모가 한눈에도 귀티가 흘러보였고 특히 서글서글한 눈매며 오똑한 콧날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진호의 미간이 아주 어두울 뿐만 아니라 가끔씩 까닭모를 살기까지 내비치는 것이었다. 게다가 혈색은 지나치게 붉어서 그냥 봐서는 낮술이라도 마신 것 같았다. 이름으로 봤을 때는 분명 온순한 성품을 타고난 것이 틀림없는데 저렇게 된 데에는 분명 무슨 곡절이 있을 성 싶었다. 같이 온 진호의 어머니는 자그마한 체구에 평범한 인상이었지만 침착하고 이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진호를 여기까지 데리고 오게 된 경위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고등학교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