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구에서 생활하게 된 건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 이혼 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진주를 떠나 마산의 언니 집으로 들어간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두려움과 뾰족한 방법이 없는 현실적인 조건으로 인해 나는 내 머리칼을 쥐어뜯고 있었다. 아주 어려서는 부모님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그 후로는 외할아버지의 보호 아래에서 자라온 나였다. 나이 들면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알기 전에 결혼을 했고 지금까지는 남편의 그늘에서 유리동물원에 갇힌 로라처럼 길들여진 대로 살기만 하면 그만인 상태였으니 나의 고민과 근심은 깊을 대로 깊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대구에 있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그때 그 친구는 ‘사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