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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족적[4] 6~7

6. 소위가 치른 베트남전(2) 적 본거지로의 침투 작전지역에는 ‘피의 계곡’이라는 별명이 붙은 계곡이 있었다. 밑변이 없는 정삼각형, 양쪽 빗변이 능선이고 삼각형의 정점이 솟아있는 지형인데 모두가 돌로 이루어진 계곡이었다. 그곳이 유명한 베트콩의 요새였다. 이 지역에 있던 해병대가 정점을 향해 돌격했다가 양쪽 계곡과 정점으로부터 집중 사격을 당해 계곡을 피로 물들였다는 바로 그 요새였다. 이 요새에 침투하라는 명령을 바로 제3중대가 받았다. 헬기가 이 계곡과는 많이 떨어진 산자락 밑에 중대를 내려놓았다. 멀리 멀리에서 침투시켜야 베트콩이 눈치를 채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산은 바위산이었다. 앞에 가는 병사가 바위 하나를 오르면 후에 오는 병사를 끌어올려 주어야 했다. 그런데 한 병사가 손을 내려..

지만원족적[4] 5. 소위가 치른 베트남전(1)

당신과 나 사이에 1967년 7월, 부산항에서 2만 톤짜리 미군 수송선이 올랐다. 아파트의 몇 배에 해당하는 크기였다. 수송선에 오르는 장병들의 얼굴이 납덩이처럼 무겁고, 눈물만 반짝였다. 배 아래 부두에서는 ‘맹호는 간다’, ‘달려라 백마’ 음악이 연주되고, 꽃다발을 든 시민들과 여학생들이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그 아래에는 구둔의 그 여선생님도 와 있었다. 이윽고 뱃고동 소리가 둔탁하게 울려 퍼졌다. 부두의 인파가 점점 더 작아 보였다. 장병들의 얼굴에 이별의 감정과 공포감이 교차했다. 몇몇 병사의 라디오에서 구성진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가사와 멜로디가 장병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항구가 수평선 저 멀리 사라지면서 또 다른 현실이 밀려왔다. 뱃멀미와 ..

지만원 족적[4] 4.육사 1년 선배

1년 선후배는 원수지간 사관학교에서는 2학년은 1학년의 적이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2학년들 중에는 심성이 고약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각 학년은 200명이 채 안됐다. 이 200명을 8개 중대로 나누다보니 각 중대에는 1, 2, 3, 4학년이 각 20~25명씩 혼합돼 있었다. 3, 4학년은 1학년생들을 예뻐해주지만 2학년은 1학년을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삼는 듯 했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8시~10시 까지 정해져 있는 자습시간이 이어졌다. 식사 후 8시까지는 자유시간이었다. 그런데 2학년들은 이 자습시간에 1학년들을 괴롭혔다. 덩치가 좀 크거나 좀 뻣뻣해보이는 후배에게 트집을 잡았다. 자유시간에 자기네 방으로 불러 주먹으로 샌드백 치듯이 배를 때리고(후크를 치다) 엎드려 뻗쳐, 원산폭격을 시키거나 완..

지만원 족적[4] 1~3

1. 아군에 퍼부은 포사격 포사격 과정 전쟁에서는 늘 억울한 희생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서 포대장을 하고 있을 때 내 나이는 19세였다. 내가 지휘했던 백마 30포병 제2포대는 여느 포대처럼 105밀리 곡사포 6문을 운영하기 위한 포대였다. 인원은 130명, 백마 포 사령부에는 966 포병 대대가 있었다. 155밀리 포를 운영하는 대대다. 이 155밀리 포 2문이 내 포대 기지에 배당되어 제2포대에는 105밀리 6문, 155밀리 2문이 함께 사격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155밀리 2개 포반은 중위가 따로 지휘했고, 105밀리 포가 사격할 때 위력을 보태는 사격 임무만 공동으로 수행했다. 하루는 포대에서 1km 앞에서부터 전개된 정글 산에서 보병 연대가 작전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파견된 관..

지만원 족적[3] 3~4

3. 실패한 미국의 일본 배우기 일본식 자본주의 경영이란 무엇인가? 경영은 수많은 타인의 능력을 이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요령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의 능력이라 해도 개발된 능력이 있고 개발되지 않은 능력이 있다. 날이 갈수록 사람의 능력을 개발시키는 경영자가 있는 반면 기존의 능력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영자가 있다. 미국 경영의 의미 있는 시조는 테일러리즘이다. 경영자는 경영을, 근로자는 일하는 기계로 개념화 되었다. 그래서 경영자와 근로자 사이에 소통도 없고 인간관계도 없다. 근로자는 컨베이어 벨트의 한 부속물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의 경영자들은 근로자들을 인격체로 보았다. 1840년대 인물인 시부사와 에이치는 일본식 자본주의의 터를 닦은 인물이다. ”모든 기업은 한 손에는 주..

지만원 족적[3] 1~2

1. LA에서 눈뜬 세계경제 1987년 2월 말, 나는 국방연구원에서 퇴직함과 동시에 육군대령으로 예편했다. 1966년 소위로 임관한지 22년 만이었다. 1987년 여름 미 해군대학원에 취직을 하면서 LA에서 열리는 국제경제 세미나에 여러 차례 참석하는 기회를 가졌다. 발표자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세미나 주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시아의 세 마리 용이라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성장동력에 대한 비교였고, 다른 하나는 미국과 일본의 성장동력에 대한 비교였다. 한국은 대만 및 싱가포르와 어떻게 다른가 당시 세 나라는 다 같이 10%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구가했지만 성장동력은 각기 달랐다. 한국은 기능공에 의한 성장이었고, 나머지 두 나라는 설계인..

지만원 족적[2] 9~11

9. 미국의 연구소들 순환도로 산적들 1983년 나는 미국의 연구소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알고싶었다. LA에 있는 RAND연구소, 워싱턴D.C에 있는 부루킹스 연구소, 국방연구소, 해군연구소, 헤리티지재단 연구소를 차례로 찾아갔다. 이 5개의 연구소는 미국 연구소들 중 일부였다. 워싱턴D.C의 순환도로에는 700여개의 연구소가 들어 차 있다. 이들은 일명 ‘순환도로의 산적(Beldway Bandit)’으로 불렸다. 행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뜯어간다는 의미로 붙여진 조크식 별명이었다. 예를 들면 BDM연구소, 서울역 앞 대우빌딩과 같은 규모의 빌딩이 10여개나 되는 매머드 연구소다. 이 700여개의 연구소들이 미국의 모든 정책과 시스템을 개발한다. 미국 국방성에는 1개과가 5명 정도 되었다. 이렇게 적..

지만원 족적[2] 6~8

6. 군수물자 해외조달 오지랖 넓은 연구 연구소에서 다른 팀들은 국방부로부터 과제 한 개씩만 할당받아 그것으로 일년을 보내지만 나는 과제를 내가 만들어 1년에 평균 4개씩 연구했다. 사실 대한민국 땅 높은 고지들에 있는 공군레이더와 방공포의 전투력 수행능력에 대한 평가는 내 연구분야가 아니었다. 해안에 깔려있는 해군레이더의 신뢰성 평가도 내 분야가 아니었고, 유사시 전방특정지역 포병차량들이 늘어서면 어느 지역까지 뻗히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한 분석 같은것도 내 과제수행 분야가 아니었다. 하지만 걱정이 되서 그런 과제도 수행했다. 첨단장비 구매시의 정산 군 조달은 조달본부가 수행한다. 이 분야는 원체 복잡한 분야라 장군들의 관심분야가 아니었다. 나는 이 분야에도 손을 댔다. 가장 큰 조달항목은 미군장비였다...

지만원 족적[2] 3~5

3. 연구소의 전라도 박사들 전라도 3총사가 지배하는 오웰 연구소 1981년 9월, 나는 국정원에서 곧장 홍릉에 있는 국방연구원으로 부임했다. 주거지는 전 카이스트 바로 옆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있던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지어주신 32평 아파트였다. 나는 연구소가 평화롭고 학구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양지의 마을이라고 상상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살벌한 독재 문화가 전개되어 있었다. 전라도 출신 3명이 통치하는 조지 오웰 공화국으로 이들의 눈 밖에 나면 끝이라는 공포감이 서려 있었다. 이 세 사람은 ‘오황차’로 불렸다. 오 씨, 황 씨, 차 씨 성을 가진 이 3총사는 모두 육사 출신이었다. 육사 교수부 출신으로 육사를 졸업한 이후 실무 부대 근무하지 않고 공부 계통으로만 돌다가 ..

지만원족적[2] 1~2

1. 카지노 소령 내 제2의 고향 존 스타인 백 컨트리 1974년 7월, 미 해군대학원에 입교하려고 김포에서 출발해 LA 공항으로 날아갔다. LA 공항에서 지방 비행기를 타고 북쪽으로 40분 비행하여 몬터레이 작은 공항에 내렸다. 덕이 있게 생긴 미국인 부부가 나를 반갑게 맞으면서 자신들을 소개했다. 미국에 처음 온 내가 미국에 잘 정착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스폰서를 자원했다고 했다. 이것이 미국이 이방인을 끌어안고 가는 시스템이었다. 몬터레이 반도는 태평양과 접해있으며 바다가 푸르고 파도가 아름다운 곳으로 존 스타인 백 컨트리라고도 불린다. 존 스타인 백이 살던 곳이며, 존 스타인 백 작품의 배경이 바로 이곳이다. 성난 파도가 가파른 절벽을 때릴 때면 물웅덩이와 물보라가 하늘 높이 치솟다가 뽀얗게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