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월이 아니었던가 한다. 저녁때가 되어 외출준비를 하는데 난데없이 춘천에서 낯선 젊은이가 필자를 찾아왔다. 약혼녀가 원인불명의 고열로 여러달 동안 앓았는데 병원에서의 이야기가 아무래도 백혈병 같다고 서울의 큰 병원에 입원을 시키라고 해서 데리고 왔는데 온 날이 바로 토요일이어서 서울대학병원은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럴 처지가 못되어서 필자를 찾아 왔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퍽이나 딱한 경우였다. 하는 수 없이 필자는 외출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환자가 임시로 들어있는 서울대학병원 근처에 있는 한의원으로 달려갔다. 만나보니 한자는 몹시 쇠약해 있었고, 이대로 며칠만 손을 안 쓰면 목숨도 보장하기 어려운 경우였다. 우선 영사를 해보니 빙의된 것이 분명했다..